이마트나 롯데마트에 와인만 모아서 파는 코너가 생긴 지 오래입니다. 와인 대중화를 보여주는 이 장면의 일등 공신은 칠레산 와인입니다. 칠레 와인은 국내에서 물량 기준으로 프랑스 와인을 넘어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입니다. 올해도 1~2월 수입 와인 시장에서 27.5%(물량 기준)를 차지했습니다. 20년 전인 2004년 4월 발효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입니다. 한국이 맺은 최초의 FTA이기도 한 이 협정 덕에 현대차그룹은 칠레에서 일본의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시장 1위를 기록 중입니다. 관세라는 무역 장벽을 무너뜨려 얻은 성과는 무역을 뛰어넘습니다. 이 협정 발효 직전 칠레에 있었던 민원정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일본 기업으로 오해하던 나라에서 지금은 K팝 등 한류 열풍이 거세다고 전합니다.

 이번 커버 스토리 ‘보호무역 맞선 FTA 네워크’는 20년 역사의 한국 FTA가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갈등 같은 지정학 리스크로 대표되는 거친 통상 환경 변화에서 갖는 의미와 과제를 조명했습니다. FTA 무대에서 한국은 좋은 성적표를 냈습니다. 59개국과 체결한 21건의 FTA를 발효 중으로, 한국과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경제의 85%에 달합니다. FTA를 통해 구축한 경제 영토 규모가 세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넓습니다. 

 삼육식품은 2015년 발효된 한·베트남 FTA 덕분에 이듬해 두유의 수출 실적을 두 배가 넘는 49억원으로 키웠고, 2018년엔 1000만달러 수출의 탑까지 받았습니다. 20년 전인 2003년 1900억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2.3배 증가한 6300억달러로 늘었고,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치인 7000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FTA 파트너 국가로의 수출 비중이 이미 83%에 달합니다. 노건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FTA 등 통상협정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갈 길이 멉니다. 내년이면 한중 FTA 발효 10년이 되지만 발효 이듬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시작된 중국의 한국 경제 제재는 FTA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제 영토의 확장뿐 아니라 기체결된 FTA 고도화를 통한 경제 영토의 질 제고도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Reader’s Letter

혁신적 변화 가져오는 유전자 가위

낯설기만 했던 유전자 가위 기술이 생명과학 분야에 혁신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말기 신장 질환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사례와 우량 토마토 품종 개발 같은 구체적 응용 사례들이 유전자 가위 기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도 규제 완화를 통해 유전자 가위 같은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성을 느꼈다.

-김민수 직장인

READER’S LETTER

유전자 가위로 말라리아 정복

여전히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가운데,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말라리아 저항 모기를 연구하는 앤서니 A. 제임스 교수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쥐의 항체를 이용해 모기가 말라리아에 면역반응을 일으키도록 만든 점은 획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에서 본격적인 실증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길 기원한다.

-김지수 주부

READER’S LETTER

기후 위기 구원투수로 떠오른 유전자 가위

최근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급감한 코코아와 사과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러한 문제를 유전자 가위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해 놀랐다. 유전자를 교정해 우수한 품종의 농작물을 개량하고, 극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기술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능을 높이는 식물을 만들어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 

-김창운 공무원